대만 정부가 인공지능(AI) 주권 확보를 위해 향후 3년간 약 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청원 과학기술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하에서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 장관은 "AI 주권은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 정부는 자체 AI 데이터 센터 인프라를 강화하고 컴퓨팅 역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120페타플롭인 컴퓨팅 성능을 향후 4년 내 480페타플롭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 계획은 라이칭터 대통령의 경제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AI와 더불어 드론, 헬스케어, 에너지 등 신흥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 장관은 이를 통해 투자 대비 최소 10배의 수익을 창출하고, 아시아의 주요 기술 경제로서 대만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만은 이미 엔비디아 등 세계 최고의 AI 칩 개발업체들과 협력하여 AI 데이터 센터와 슈퍼컴퓨터를 구축 중이며, 자체 AI 언어 모델인 TAIDE(Trustworthy AI Dialogue Engine)를 개발하고 있다.
우 장관은 "AI 주권의 관점에서 우리만의 전통 중국어 모델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 장관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의 기술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규칙에 따라 대만에서 가장 진보된 반도체 연구개발을 유지해야 하지만, 동맹국과의 기술 공유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대만은 현재 'N-1' 규칙에 따라 해외에서는 국내 최첨단 기술보다 한 세대 뒤진 기술만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 장관은 이 규칙을 고수하면서도 미국, 일본, 독일 등 동맹국들과의 기술 공유 의지를 표명했다.
대만의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AI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자국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대만의 AI 투자 계획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의 기술 협력이 어떻게 발전할지 주목된다.
대만 정부의 AI 주권 확보를 위한 30억 달러 투자 계획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전략 수립에 있어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첫째, AI 기술과 반도체 산업의 긴밀한 연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대만의 AI 데이터 센터 및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AI 특화 반도체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가 간 기술 협력의 중요성이 부각하고 있다. 대만이 미국과의 기술 협력 강화를 언급한 점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역시 미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반도체 및 AI 기술 협력을 강화하여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자국 내 첨단 기술 유지와 해외 진출 간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있다. 대만의 'N-1' 규칙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 수립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의 국내 유지와 글로벌 시장 진출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AI와 반도체 분야의 인재 육성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만의 투자 계획에는 인재 양성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 역시 AI와 반도체 분야의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대만의 AI 주권 확보 전략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AI와의 융합, 국제 협력 강화, 기술 보호와 해외 진출의 균형, 그리고 인재 육성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