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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저평가' 신흥국 증시, 투자의 새 기회처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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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저평가' 신흥국 증시, 투자의 새 기회처로 부상

밸류에이션 50년래 최저, 선별적 투자로 높은 수익 기대

2024년 10월10일 중국 상하이 상업용 사무실 건물의 상하이와 선전 주가지수를 표시하는 전자 보드 근처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운전자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0월10일 중국 상하이 상업용 사무실 건물의 상하이와 선전 주가지수를 표시하는 전자 보드 근처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운전자들. 사진=AP/연합뉴스
신흥국 주식시장이 미국 증시 대비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장기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 시각) 극단적 저평가 상태에 놓인 신흥국 증시가 향후 높은 투자 수익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 신흥국 시장의 현주소와 기회 요인


MSCI 신흥국 지수는 최근 5년간 연 4%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주식(12%)과 미국 주식(15%)에 크게 뒤처졌다.

예를 들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파산 위기와 시진핑의 기술기업 규제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2021년 정점 대비 60% 이상 감소하며 신흥국 지수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멕시코(PER 10배), 남아공(9.8배), 브라질(8배), 터키(5배) 등 주요 신흥국들은 미국 시장(20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6%의 배당수익률로 S&P500(1.5%)의 4배에 달하는 투자 매력도를 제공한다.

◇ MSCI 분류 체계와 새로운 투자 기회


MSCI는 시장 접근성, 외환시장 자유도, 기업지배구조 등을 기준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을 구분한다. 한국과 대만은 1인당 GDP가 각각 3만 달러, 3.3만 달러로 포르투갈(2.5만 달러)을 상회하지만, 외국인 투자제한과 원화 태환성 등의 이유로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인도는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모디 정부의 제조업 육성정책 '메이드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디지털 인프라 구축으로 2023년 7.2%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 트럼프 시대의 신흥시장 전망


2025년 트럼프 재집권 시 예상되는 정책은 대중 관세 부과(최대 60%), 멕시코 국경장벽 강화,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이다. 이는 멕시코와 같은 미국 인접국에 단기적 어려움을 줄 수 있으나,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China+1' 전략의 수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한국의 전략적 위치와 기회


한국은 독특한 위치에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배터리 산업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30%를 차지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대안 공급처로 부상할 수 있다. 특히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더욱이 한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투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거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이 강화될 경우,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한국의 위치는, 오히려 양측 모두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강화될수록,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기회 요인들이 자동적으로 투자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친화정책 강화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 합리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신흥국 시장은 위기 속에서 차별화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5년 이후에는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라는 도전 속에서도, 개별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에 따라 투자 성과가 크게 갈릴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신흥국 분류를 넘어 기업의 펀더멘털과 산업 경쟁력, 그리고 각국의 정책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