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속철도 사업이 국가 발전의 상징성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현재 3만 마일(약 4.8만 킬로미터)에 달하며, 2035년까지 1.5만 마일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부자가 되려면 먼저 도로를 건설하라"는 시진핑의 구호 아래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일본과 유럽의 기술을 도입해 자체 기술력을 확보했으며, 최고 시속 350km까지 달성하는 등 기술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중국 국영철도그룹의 부채가 약 1조 달러에 육박하며, 연간 이자 비용만 250억 달러를 넘어선다. 더구나 재정이 취약한 지방 정부들도 새로운 프로젝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 해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
수요-공급 불균형도 우려스럽다. 상하이-항저우와 같은 대도시 구간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농촌이나 내륙 지역의 노선들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푸순현의 경우 인구 70만의 소도시에 43개의 고속철도역이 있으나, 일일 평균 이용객이 10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의 인구가 향후 30년간 2억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티켓 가격 정책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고속철도 요금은 세계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서민 친화적 정책으로 인해 요금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베이징 교통대학의 자오 지안 교수는 "이 자금이 첨단 반도체나 교육 인프라 등에 투자됐다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경제에도 영향이 크다. 중국의 고속철도 건설 둔화는 철강, 건설장비 등 관련 산업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중국의 철도 기술 수출 확대는 한국 기업들의 해외 수주에 위협이 될 수 있어 양면적 영향이 예상된다.
2025년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 사업의 향방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미중 갈등 심화로 수출이 위축될 경우, 중국은 내수 부양을 위해 고속철도 건설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재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어, 경기부양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의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단순한 인프라 사업을 넘어 중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기를 상징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과 정치적 상징성, 단기적 성장과 장기적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중국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지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미중 관계의 향방은 이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