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일본 세븐일레븐을 둘러싼 470억 달러 규모의 인수 경쟁이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글로벌 유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전의 가장 큰 특징은 서구식 경영과 일본식 경영의 충돌이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쿠슈타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문화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세븐앤아이의 대립은 글로벌 비즈니스 문화의 본질적 차이를 드러낸다고 WSJ는 지적한다.
세븐일레븐의 강점은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경영에 있다. 일반적인 매장은 3000평방피트 공간에 약 3000개의 상품을 진열하는데, 각 지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상품 구성을 실현한다. 또한, 12개 이상의 식품 공급센터를 통해 지역별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신선식품 판매를 확대하며 2023년 기준 미국 식료품 시장의 2%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과 소비 침체로 실적이 악화되며 위기를 맞았다. 2024년 북미 450개 매장 폐쇄를 결정했고, 담배 판매는 2019년 이후 26% 감소했다.
1980년 몬트리올 외곽의 단일 점포로 시작해 31개국 1만68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쿠슈타드는 세븐일레븐 인수로 시장 지배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세븐일레븐의 신선식품 사업 노하우를 획득해 자사 매출의 12%에 불과한 신선식품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세븐일레븐을 둘러싼 이번 인수전은 글로벌 소매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주주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가치, 효율성과 정체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향후 글로벌 기업들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