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새로운 형태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야기할 수 있는 전통적 방어수단의 한계를 심도있게 분석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대규모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은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을, 중국 등에 대한 고율 관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불법이민자 추방은 노동비용 상승을 초래할 전망이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5년 만기 물가연동국채 금리와 일반국채 금리의 차이인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은 11월 들어 2.4%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전통적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WTI 유가는 2022년 배럴당 120달러에서 현재 72달러로 급락했고, 금과 구리 가격도 하락세다. 이는 글로벌 경제 구조변화를 반영한다.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석유 순수출국이 된 후 중동발 공급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낮아졌고, 미중 디커플링으로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미국 경기와 괴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살만 아흐메드 글로벌 책임자는 "물가연동국채(TIPS)가 여전히 유효하나,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가격 하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미국 에너지기업 주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수직계열화된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유가 상승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더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가 블록경제로 재편되면서, 미국은 첨단기술과 핵심 원자재의 자국 생산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리스크는 줄일 수 있지만, 노동비용과 관세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물가상승 압력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국 정책당국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에 대비한 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정책 수단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원자재 등 전통적 헤지 수단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산업별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