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KP 샤르마 올리 총리가 12월 2일부터 6일까지 중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첫 해외 순방지로 인도를 선택해 온 네팔의 외교 관행을 깨는 결정으로, 히말라야 국가의 대외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이번 방문의 핵심 의제는 경제협력이다. 올리 총리는 중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포카라 국제공항 건설 자금 2억1600만 달러의 면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월 개항한 이 공항은 현재까지 단 한 편의 국제선도 유치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 관련 협상이다. 네팔은 2017년 BRI에 가입했으나, 현재 올리 총리의 네팔 공산당(통합 마르크스-레닌주의)과 연정 파트너인 네팔 의회(NC) 간에 프로젝트 추진 방식을 두고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네팔 공산당 중앙위원회 관계자는 "네팔 의회가 BRI의 재정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합의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네팔 관계 전문가들은 NC의 반대가 중국의 초기 공격적 전략에 대한 반응이었으며, 최근 중국이 접근 방식을 조정하면서 상황이 변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올리 총리는 이전 임기 동안 인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무역 및 운송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의 이번 방중이 이러한 정책 기조를 이어가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인도와의 관계는 다소 불편한 상태다. 올리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두 차례나 공식 초청했음에도 뉴델리는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1년 네팔이 인도와 영유권 분쟁 지역을 자국 지도에 포함한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네팔 정치권에서는 이웃 강대국들과의 균형 외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네팔은 인도나 중국 어디 한쪽과 과도한 동맹이나 적대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리 총리의 이번 방중을 앞두고 현지 언론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카트만두 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이번 방문이 단순히 외교 관행을 깨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새로운 접근 방식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반드시 네팔의 국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개인적 자부심이나 허영심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네팔의 대외 정책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추구하면서도 인도와의 관계 개선도 모색해야 하는 네팔의 미묘한 외교적 입장이 주목받고 있다.
네팔의 대중국 접근 강화가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도 중심의 외교 정책을 펼쳐온 네팔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진출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네팔이 추진하는 인프라 개발과 에너지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포카라 국제공항 운영 정상화 과정에서 한국의 공항 운영 노하우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네팔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면서도 인도와의 관계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이는 한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취할 수 있는 균형 외교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팔의 중국 접근은 한국 기업들의 남아시아 시장 진출 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인도를 거점으로 한 네팔 진출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과 네팔 간 경제 협력 강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산업연구원은 "네팔이 추진하는 수력발전과 통신망 현대화 사업에 한국의 기술력을 접목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네팔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인도-중국 간 갈등 상황을 고려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며 "장기적 관점의 시장 접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네팔 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네팔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위한 금융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계에서는 네팔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네팔의 인프라 개발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의 틈새시장 공략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네팔의 대중국 접근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인도와 중국 사이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인프라, 에너지,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을 활용한 진출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