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가 미·중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이 심화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미·중 간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2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러시아의 국제 금융 시스템 이용을 더욱 제한하기 위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금융 메시지 전송 시스템(SPFS)과 VTB 은행의 중국 지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중·러 간 경제 협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나이츠브리지 전략 그룹의 핀리 그림블 설립자는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중국이 가격 및 공급 계약에서 더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에너지 부문에서의 변화다. 랭커스터대학의 르노 푸카르트 선임강사는 "제재로 인한 거래 비용 상승으로 중국이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를 더 낮은 가격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서방과의 연결이 차단된 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파워 오브 시베리아 2'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몽골이 2028년까지의 실행 프로그램에서 이 프로젝트를 제외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상황이 중국의 협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다양한 금융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다. 나이츠브리지 전략 그룹에 따르면, 중국은 국경 간 은행 간 결제 시스템 강화, 역외 위안화 시장 활용, 서방 국가 시스템과 연결되지 않은 전문 금융기관 설립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단기적으로는 중러 무역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의 알렉세이 치가다예프 전 객원 강사는 "VTB 중국 지점이 처리하는 결제의 비중이 상당하다"며 "새해까지 무역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미·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가 의도치 않게 중국의 지역 영향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리 리판 전문가는 "천연가스 거래만 놓고 봐도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중국이 이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은 미·중 관계의 새로운 도전 요인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러 제재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면서, 미국은 대중국 정책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 안보와 금융 시스템 분야에서 미·중 간 새로운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러 제재는 단순히 러시아를 겨냥한 조치를 넘어, 글로벌 금융 질서와 에너지 시장의 재편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미·중 관계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주요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와 이에 따른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한국 경제와 외교 안보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금융 리스크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 간 에너지 협력 강화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공급선 다변화와 전략적 비축량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적했다.
특히 '파워 오브 시베리아 2' 프로젝트를 둘러싼 중·러 협력 강화는 동북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 중동과 미국 등으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금융권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병욱 연구위원은 "중국이 독자적 금융 결제 시스템을 강화할 경우, 한국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 방안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위안화 결제 비중 확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중 금융 갈등이 심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대중 무역에서 결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다양한 결제 수단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러 제재가 한국의 대중 무역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이 러시아와의 교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 기업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이중용도 품목 수출과 관련해 더욱 엄격한 관리가 요구될 전망이다.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면서도 중국과의 교역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미·중·러 관계 변화가 한국의 외교 전략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실질적 협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정교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국립외교원 관계자는 강조했다.
"한국은 미·중·러 삼각관계의 변화가 가져올 도전과 기회를 면밀 분석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에너지 안보와 금융 리스크 관리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