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취임 3주 만에 단행한 16일 간의 첫 해외 순방이 185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성과와 함께 외교적 도전 과제도 드러냈다. 특히, 중국과의 남중국해 공동 개발 협정을 둘러싼 논란과 미국과의 관계 불확실성이 주목받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중국, 미국, 페루, 브라질, 영국, UAE를 순방하며 12차례의 양자 회담과 APEC, G20 정상회의 참석 등 강도 높은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반둥 파자자란 대학의 테우쿠 레자샤 교수는 "프라보워 정권하에서 인도네시아가 '완전히 외향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자격을 갖춘 중견국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베이징 방문에서 시진핑 주석과 체결한 남중국해 공동 해양 개발 협정은 논란을 일으켰다. 브라위자야 대학의 에르자 킬리안 교수는 "이 협정이 간접적으로 중국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과 같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순방 기간 중 중국에서 100억 달러, 영국에서 85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영국 BP의 70억 달러 규모 탄소포집 프로젝트와 가스전 개발 투자 결정이 주목받았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비즈니스 친화적 정책 기조를 강조했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전임 조코위 대통령의 2060년 목표를 10년 앞당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청정에너지 전환 지원과 전기차 배터리 가치사슬 개발 협력을 재확인했으나,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으로 인해 향후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프라보워 대통령의 첫 순방이 인도네시아의 적극적인 대외 정책 의지를 보여주었지만, 중국과의 관계 설정, 아세안 내 리더십 유지,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 등에서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한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아세안 결속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을 통해 "비효율성과 부패 문제 해결을 통한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강조했으나, 이러한 공약의 실천과 대외 관계에서의 균형 유지가 향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 남긴 외교·경제적 함의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인도네시아의 적극적인 대외 정책 기조는 한국의 신남방 정책에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시한다"고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분석했다. 특히 프라보워 정부가 제시한 청정에너지 전환과 인프라 개발 계획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무역 분야 연구기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2050년까지 제시한 탄소 중립 목표는 한국의 친환경 기술과 노하우를 수출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남중국해 공동 개발 협정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도 시사점을 준다. "한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균형 외교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에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경제 협력 측면에서는 청정에너지 분야의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인프라 개발 사업 참여를 늘리며, 배터리 산업과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아세안 중심성을 존중하면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균형적 접근을 유지하고, 역내 다자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한-인도네시아 CEPA 활용도를 높이고 제조업 투자 협력을 확대하며, 스타트업과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규제·제도 변화를 면밀 모니터링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인도네시아가 추진하는 경제 구조 전환은 한국의 경험과 기술력을 접목할 좋은 기회"라고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평가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