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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투자전략이 새로운 위험 초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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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투자전략이 새로운 위험 초래할 수도"

신흥 시장 포트폴리오 재편의 함정과 새로운 대응 전략 모색

중국의 수출입 항구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수출입 항구의 모습. 사진=로이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국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투자전략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주목받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배런스(Barron's)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 시장 투자전략의 잠재적 리스크를 심층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현대 글로벌 경제의 복잡한 상호연계성은 단순한 '탈중국' 전략의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제약한다.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하는 현 상황에서, 중국 제외 전략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표적 사례로 대만 TSMC를 들 수 있다. TSMC는 중국 본토 기업이 아님에도 매출의 25%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대만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오늘날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수익 구조,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 경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배제 전략의 또 다른 맹점은 투자 포트폴리오 재구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전이다. 중국을 제외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프리덤하우스가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분류한 권위주의 국가들의 비중이 자동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이들 중동 산유국은 국부펀드를 통한 적극적인 해외투자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권위주의 국가의 불투명한 정책 결정 과정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례는 예측 불가능한 정책 결정이 글로벌 시장에서 미치는 충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당시 러시아 자산에 투자했던 글로벌 기업들은 평균 40%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산업구조가 유사한 신흥국으로의 투자 다변화, 공급망 연계성에 대한 체계적 분석, 국가별 지정학적 리스크의 정량적 평가가 필수적이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가능성은 이러한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미·중 갈등 심화 시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가속화, 역내 경제블록 강화 등 독자적 경제권 구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와 블록화를 촉진하고, 신흥시장 전반의 투자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대응이 시급하다. 먼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 필요하다. 동남아, 인도 등 신흥시장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고, 핵심 부품의 조달처를 다원화해야 한다. 또한,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단순한 '탈중국'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한 해답이 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직간접적 리스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지정학적 위험과 경제적 상호의존성 사이의 균형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