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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미·중 기술 갈등 속 AI 허브 입지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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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미·중 기술 갈등 속 AI 허브 입지 노려"

생산성위원회 CTO "양측 연결 역할 중요...기술 발전 장벽은 우려"

홍콩 AI 관련 한 행사장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홍콩 AI 관련 한 행사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홍콩이 미·중 기술 갈등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산업의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통해 AI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2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홍콩생산성위원회(HKPC)의 로렌스 청치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AI 컨퍼런스에서 "현재 미국과 중국 본토 사이에 인위적 장벽이 형성되고 있어 기술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면서도 "홍콩은 여전히 국제 AI 기업들의 중요한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홍콩의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다. 청 CTO는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기업과 해외 진출을 꾀하는 중국 기업 모두에게 홍콩이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KPC는 이미 구체적인 행보에 나섰다. 산업용 GPT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며, 1-2년 내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모델은 사이버포트의 AI 슈퍼컴퓨팅 센터에서 훈련될 예정이며, 특히 홍콩의 중소 제조업체들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도전 요인도 존재한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반도체, 양자컴퓨팅, 특정 AI 시스템 분야에서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 판매 금지, 오픈 AI의 서비스 접근 차단 등도 홍콩 AI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존 리 카치우 홍콩 행정장관은 "미국의 제한 조치가 결국 미국 기업과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년간 홍콩과의 무역을 통해 미국이 271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홍콩의 AI 연구기관들은 대안 모색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과학원 산하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센터는 엔비디아 칩 대신 화웨이의 어센드 프로세서를 활용해 의료용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청 CTO는 "현재는 산업용 GPT 구축을 위해 중국과 서구의 컴퓨팅 솔루션을 모두 활용할 계획"이라면서도 "지정학적 상황의 전개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홍콩의 AI 산업 발전은 미·중 기술 갈등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이러한 도전이 홍콩만의 독특한 위치를 활용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의 AI 산업 전략이 한국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 갈등 속에서 한국이 단순한 중개자 역할을 넘어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홍콩이 추구하는 가교 역할은 한국에 적용 가능한 전략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며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 주도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강점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AI산업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배터리 등 제조업 기반과 AI를 결합한 산업 특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의 AI 기업들이 이미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비해 자체 AI 칩 개발과 언어모델 구축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2025년까지 1조 원 규모의 AI 반도체 육성 펀드를 조성하고, 산업별 특화 AI 모델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제언을 내놓고 있다:

첫째, 산업용 AI 분야에서 한국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제조업 강국의 이점을 살려 스마트팩토리, 산업자동화 분야 AI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의 AI 도입을 가속해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AI 생태계를 넘어 중소기업까지 포괄하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글로벌 AI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 제재를 우회하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확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미·중 기술 갈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AI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AI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한국이 홍콩의 사례를 참고하되,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산업 특화 AI 개발이 향후 성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