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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심화로 뒤바뀌는 중국과 일본의 위상...중국 '침체', 일본'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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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심화로 뒤바뀌는 중국과 일본의 위상...중국 '침체', 일본'굴기'

트럼프發 지정학 격변이 재편하는 글로벌 경제 지형

미·중 갈등의 심화와 함께 아시아의 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진은 중국 오성홍기와 일본 욱일기.. 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갈등의 심화와 함께 아시아의 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진은 중국 오성홍기와 일본 욱일기.. 진=로이터

미·중 갈등의 심화와 함께 아시아의 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최근 중국이 장기 침체를 겪은 과거 일본 전철을 밟을 수 있지만 일본은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이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자산 버블 붕괴와 장기 침체의 양상을 보이는 반면, 일본은 과거 중국이 보여준 공격적 해외 진출과 기술 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주장의 핵심 근거는 트럼프 진영의 핵심 인물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의 정책 기조다. 그는 중국에 대해 최대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경책을 예고하는 한편, 일본의 경제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과거 소로스 펀드에서 일본 엔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세 개의 화살' 정책을 트럼프 경제 정책의 모델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일본 경제는 구조적 전환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주주가치 제고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워런 버핏의 일본 5대 상사 투자와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기업의 공격적 해외 진출이다. 미즈호의 그린힐 인수, MUFG의 모건스탠리 지분 확대, 닛폰제철의 U.S. 스틸 인수 시도 등은 일본 기업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해 있으며, GDP 대비 260%를 넘는 정부 부채는 장기적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국채 매입으로 금융시장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런 정책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이런 구조적 도전에도 일본은 반도체 소재, 로봇,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일본의 기술력이 재조명받으며, 미국의 핵심 경제안보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 기업지배구조 개혁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후반까지 중국이 보여주었던 고도성장기의 특징들, 즉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기술력 강화, 글로벌 투자 유치 등과 놀랍도록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반면 중국은 심각한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청년실업 증가,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은 1990년대 초 일본의 장기 침체 진입 당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과잉 투자로 인한 부동산 버블, 고령화 진입, 생산성 저하 등 거시 경제적 문제들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시작점과 매우 흡사하다.

여기에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경제는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의회 견제나 WTO 규정 위반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실제로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미소매업협회는 극단적인 관세 인상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더욱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핵심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관세 부과와 투자 제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이런 정책이 중국의 대미 수출과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감소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통해 내수 확대와 기술 자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 강화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