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을 끌어들이며 글로벌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주요 대학에서 활동하던 석학들이 중국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버클리 대학의 스타 기하학자 쑨송 교수는 올해 초 저장대학교 수학 고등연구소로 이직했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유력 후보인 쑨 교수는 "중국 학생들의 수학 교육과 차세대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제라르 무루 교수도 지난 10월 베이징대학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무루 교수는 "중국의 과학 발전 속도가 놀랍다"며 "중국 정부가 미국보다 과학 발전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노기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왕중린 교수는 조지아공대를 떠나 베이징 나노에너지·나노시스템 연구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탠포드/엘스비어가 선정한 전 세계 과학자 상위 2% 중 1위를 차지한 왕 교수의 영입은 중국의 나노기술 연구 역량 강화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러한 인재 유입의 배경에는 중국의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와 연구 자율성 보장이 있다. 특히 수학 분야에서는 최근 수년간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들이 대거 유입되며 중국의 경쟁력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
저장대는 쑨송 교수 외에도 2021년 미시간대 기하학자 루안용빈, 2022년 하버드대 정수론 전문가 류이페이를 영입했다. 일본의 저명한 수학자 켄지 후카야는 스토니브룩대를 떠나 칭화대 전임교수로 부임했다.
중국계 연구자들의 귀국도 활발하다. 30년 가까이 호주에서 활동한 수학자 왕쉬지아는 고향 항저우의 웨스트레이크대로 자리를 옮겼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수십 년간 교편을 잡았던 마샤오난은 난카이대 천연구소 석좌교수가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도 중국행 러시의 한 요인으로 지목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행된 '중국 이니셔티브'로 인한 차별과 견제가 중국계 연구자들의 이탈을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기후·에너지 분야의 연구자들도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저명한 기후학자 첸델리앙은 유럽에서 30년 이상 활동한 후 칭화대로 이동했으며, 에너지 공학자 장샹위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를 떠나 동남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계에서는 중국의 인재 유치가 단순한 '두뇌 유출'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과학기술 지형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기초과학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으로 이동한 연구자들은 공통으로 중국의 젊은 인재 층과 연구 인프라를 주요 매력으로 꼽았다. 또한, 새로운 연구소 설립 등 학문적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흐름은 미·중 과학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약진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더 많은 연구자가 중국행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