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원자력발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최근 COP29에서 향후 15년간 100기가와트 이상의 전력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이 중 75% 이상을 원자력을 포함한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고 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최대 2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원전을 포함해 2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또한, 300메가와트 규모의 소형 모듈형 원자로 도입도 검토 중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연구용 원자로 2기만을 운영하고 있다.
프라보워 정부는 원전 도입을 위해 국제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과 원자로 건설 협력을 논의했으며, 미국과도 소형 모듈형 원자로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전력회사 PLN은 이미 미국 무역개발청과 230만 달러 규모의 타당성 조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원전 도입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찬성 측은 원자력이 안정적인 청정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안전성과 비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일리노이 대학교 원자력공학 박사과정의 하룬 아르디안샤는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계획을 지지했다. 인도네시아원자력협회(HIMNI)의 자롯 위스누브로토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된다면 실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기후·재생에너지 활동가 하디 프리얀토는 "독일 등 선진국들이 탈원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과 안전관리 문제를 우려하며,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재난 가능성을 지적했다.
필수서비스개혁연구소의 데온 아리날도는 "인도네시아는 3,600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태양광과 풍력이 더 경제적이고 신속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전 건설·운영 기술과 핵연료 농축 능력이 부족한 인도네시아가 외국 의존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지진 위험이 낮은 바탐섬과 방카벨리퉁섬을 적절한 원전 부지로 제안했다. HIMNI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책임 있는 운영을 통해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1965년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운영해왔으며, 현재 족자카르타와 세르퐁에서 2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7만8000 톤의 우라늄 매장량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며 "대규모 산업용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다양한 에너지원의 조화로운 활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원자력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의 원자력발전 도입 추진은 한국의 원자력 산업에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최대 경제 대국의 원전 시장 개방이 한국의 원전 산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원전 도입 결정은 한국 원자력 산업의 새로운 수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제기하는 안전성과 비용 문제는 한국이 이미 성공적으로 해결한 과제"라며 "한국의 원전 건설·운영 경험이 인도네시아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의 원전 기술 수출이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글로벌 탈원전 흐름 속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한국의 원전 기술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특히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 설계와 운영 노하우는 인도네시아와 같은 지진 다발 국가에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통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검증받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금융 지원과 인력양성 등 패키지 형태의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에너지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원전 수출은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수십 년간의 책임이 따르는 사업"이라며 "안전성 확보와 함께 현지 여건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 제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