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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아시아와 에너지·교통 협력 강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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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아시아와 에너지·교통 협력 강화 나서

왕이 외교부장, 투르크메니스탄과 에너지 협력 확대 의지 표명
80억 달러 규모 중앙아시아 철도 프로젝트 추진 박차

2023년 중국과 중앙아시아 정상 회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중국과 중앙아시아 정상 회의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에너지·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청두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외교장관 회담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라시드 메레도프 부통령과 만나 양국 간 에너지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투르크메니스탄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번 회담에는 투르크메니스탄 외에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주요국 외무장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는 중국이 중앙아시아 지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80억 달러 규모의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철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신장 자치구의 카슈가르에서 시작해 키르기스스탄 남서부를 거쳐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까지 연결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중국과 유럽 간 화물 운송 거리가 900km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현재 러시아를 경유하는 기존 노선과 비교해 더 빠르고 경제적인 대안이 될 전망이다. 1990년대에 처음 제안된 이 프로젝트는 여러 기술적, 정치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지난 6월 마침내 3국 간 합의에 도달했다.

한편, 왕이 부장은 회담 기간 중 네팔 외교장관 아르주 라나 데우바와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양국 간 국경 철도 프로젝트와 카트만두-누와콧 지역 간 터널 건설 등 교통 인프라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중국은 내년이 네팔과의 수교 70주년임을 강조하며,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데우바 장관은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과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중국이 추진하는 지역 협력 구상에 대한 주변국들의 호응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중국의 중앙아시아 영향력 확대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새로운 물류 네트워크 구축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러시아를 우회하는 새로운 운송로 확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와 물류 네트워크 다변화라는 전략적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외교·경제 전략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에너지 안보와 신규 물류 네트워크 구축 측면에서 한국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 가속화는 한국의 에너지 수급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를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류 네트워크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새로운 물류망이 구축되면 한국의 유라시아 진출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새로운 물류 루트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