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한 생명공학 스타트업이 친환경적이고 인도적인 해충 방제기술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출신 릭 루이(24)가 설립한 플라스틱보어(Plasticvore)는 천연 향료를 활용한 혁신적인 해충 퇴치 제품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2021년 대학 휴학 중 공공주택 해충 방제 전문가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한 루이는 기존 해충 방제 산업의 문제점에 주목했다. 그는 "기존의 쥐덫이나 독극물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비인도적일 뿐 아니라 환경에도 해롭다"며 "예를 들어 300개의 접착식 쥐덫을 설치해도 평균 3마리만 잡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스틱보어가 개발한 해충 방제 제품의 핵심은 버려진 자동차 타이어와 천연 에센셜 오일의 결합이다. 최고기술책임자 보아즈 찬과 함께 개발한 이 제품은 나노 입자로 코팅된 타이어 조각에 에센셜 오일을 주입해 쥐와 해충이 싫어하는 향을 서서히 방출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방제 방식은 독특하다. 해충이 싫어하는 향이 나는 구역(A)을 설정해 해충들을 다른 구역(B)으로 유도한 뒤, 그곳을 포위해 자연스럽게 개체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공공주택 건설현장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1~2주 만에 쥐 개체수가 90% 이상 감소했으며, 월 1회 오일 보충 시 14개월까지 효과가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설치류 방제 시장은 2032년까지 11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플라스틱보어는 이미 글로벌 해충 방제 기업 오킨의 현지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홍콩의 주요 상업시설 관리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생산 기반도 확충하고 있다. 최근 중국 하이난성에 생산시설을 설립했으며, 이곳에서는 낮은 인건비와 원재료 수입 세금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현지의 풍부한 가구공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타이어 대신 목재 조각을 대체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에이스 하드웨어 체인과 유통 계약을 맺었으며, 매월 3000-6000팩의 주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며, 현재 월 4000팩인 생산량을 내년까지 2만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변수도 있다. 트럼프의 대중 관세 부과 위협에 대비해 필요한 경우, 일부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홍콩과학기술단지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에 선정된 플라스틱보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특히, 환경친화적이고 인도적인 방제 방식이 전 세계적인 ESG 트렌드와 맞물려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스타트업 플라스틱보어의 성공 사례는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 기회와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친환경·인도적 해충 방제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글로벌 해충 방제 시장이 2032년 11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친환경 방제기술은 특히 주목할 만한 분야"라며 "한국 기업들도 ESG 가치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방제기술 개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