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각)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보도에 따르면,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함께 중국의 패키징 기업 인수합병(M&A)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15%, 패키징 소재 국산화율은 3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을 겨냥한 M&A에 나서고 있다. 장쑤 화하이 청커가 인수한 화웨이 일렉트로닉스는 AI 반도체 보호에 필수적인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EMC) 분야 세계 3위 기업이다. EMC는 고성능 AI 칩의 안정성과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화타이 케미칼이 인수한 POME는 300도 이상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폴리이미드 소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AI 반도체 열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기업들의 대응도 본격화됐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독자적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상반기부터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반도체 동맹에 참여하면서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삼성전자도 평택 P3 라인에서 2.5D, 3D 첨단 패키징 생산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차세대 기술인 팬아웃 패키징과 RDL(재배선층)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중심의 기술 동맹과 중국의 독자 진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에 대한 더 강력한 기술 제재를 예고했다. 이는 한국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이 제한되면서 기술 격차를 유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첨단 패키징은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이라며 "한국이 기존 메모리반도체 강점을 AI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려면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특히 "글로벌 기술 협력과 자체 기술력 강화라는 두 축의 균형 잡힌 발전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AI 반도체 성능 경쟁이 격화되면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 새로운 도전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지 그 해법이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