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프라이스는 최근 약 87억 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안티몬 시장에서 중국의 생산 독점 체제가 흔들리며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안티몬 시장은 연간 약 23만t 규모로, 미국(약 2만3000t), EU(약 1만8000t), 일본(약 1만2000t), 한국(약 1만t) 등 주요국의 수요가 증가 추세다.
이는 서방 국가들의 안티몬 공급망 재편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슬로바키아 매장지 확보는 유럽 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EU는 2022년 안티몬을 핵심 원자재 목록에 추가했으며, 역내 공급망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티몬 가격은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으로 2023년 초 톤당 약 1만2000달러에서 현재 3만8000달러까지 상승했다.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와 광산 자원 고갈로 인한 생산량 감소,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 불안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태양광 산업의 급성장과 군수용 수요 증가, 주요국의 전략적 비축 확대가 겹치며 2024년 전 세계 공급 부족량은 약 2.8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이 2024년 9월부터 안티몬 관련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미국 정부는 이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퍼페투아 리소스에 18.6억 달러의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국 내 생산기반 확보에 나섰다.
한국도 안티몬 수급 안정화에 나섰다. 연간 약 1만t의 안티몬을 소비하는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 추세다. 이에, 정부는 최근 호주, 캐나다 등 주요 광산 개발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안티몬을 포함한 핵심 광물 비축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도 안티몬 공급망의 다변화를 위한 장기 계약 체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안티몬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 현재 중국(채굴 약 50%), 러시아(약 20%), 타지키스탄(약 15%) 등 소수 국가가 주도하는 생산 구조가 북미와 유럽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안티몬은 군사·산업 패권의 향방을 가를 전략 자원으로 부상하면서, 각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적 비축, 대체 물질 개발 등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수급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21세기 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안티몬을 둘러싼 각축전은 한동안 글로벌 산업 지형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