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안드레센 폭로로 미국 금융시스템의 정치적 중립성이 도전받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넷스케이프 창업자인 안드레센은 조 로건 팟캐스트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약 30명의 기술기업 임원들의 은행 계좌를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1일(현지시각)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십 명의 기술기업 임원들이 정치적 이유로 은행 계좌를 폐쇄당하는 '디뱅킹'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뱅킹은 은행이 특정 고객의 계좌를 일방적으로 폐쇄하거나 서비스를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은행은 자금 세탁이나 사기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계좌를 폐쇄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 권한이 정치적 압력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이 현상이 특히 암호화폐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암호화폐 거래소나 관련 스타트업들이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계좌를 폐쇄당하거나, 신규 계좌 개설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만 약 150개의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 은행 서비스 제한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대표적 사례로 2023년 3월 실버게이트 뱅크와 시그니처 뱅크의 연쇄 파산 이후, 수백 개의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은행 계좌 서비스를 거부당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시장 가치 손실이 발생했다.
디뱅킹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한 암호화폐 결제 스타트업은 은행 계좌 폐쇄로 인해 월별 거래가 중단되고 직원 급여 지급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경우 평균 6개월의 자금 여력밖에 없어, 은행 거래 중단은 곧바로 기업 존폐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의 근원에는 '초크 포인트 작전'이 있다. 2013년 오바마 행정부가 불법 도박, 사기성 대출 등을 막기 위해 도입한 이 정책은, 정부가 은행을 통해 특정 산업을 규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호주 등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금융 시스템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 문제의 향방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말 은행의 차별적 계좌 폐쇄를 제한하는 '공정접근 규칙'을 추진했으나,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중단됐다. 공화당은 디뱅킹을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규정하고 있어, 2025년 트럼프 재집권 시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