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공약이 공화당 내부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면서, 미국 기후정책의 급격한 전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4년 11월 30일(현지시각), 지역 경제와 일자리를 우려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IRA 유지를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 기후정책인 IRA는 공화당 주도 지역에서 최대 수혜를 거두고 있다. 조지아주의 현대차 제조단지(76억 달러), 노스다코타주의 탄소포집 프로젝트 등 대규모 투자가 이들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보낸 IRA 유지 요청 서한은 이 법안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화석연료 산업계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주요 기부자 해롤드 햄의 2억5000만 달러 탄소포집 투자를 비롯해, 옥시덴탈페트롤리엄과 엑손모빌의 관련 분야 투자는 전통 에너지 기업들도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스다코타주는 대규모 탄소저장 능력을 바탕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2억500만 달러 규모 탄소포집 프로젝트를 유치했다.
IRA 폐지의 경제적 파장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계획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미국 평균 고용 증가율을 상회하는 이 분야의 일자리 창출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도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IRA 인센티브를 활용해 조지아 공장 건설을 가속화했으며,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포드, 스텔란티스와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을 설립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혼다와 합작투자를 추진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IRA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IRA 관련 정책의 향방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한국 기업들은 현재의 투자 계획을 유지하면서도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경우, 미국 내 현지 생산망 구축과 함께 협력사 네트워크 다변화, 기술 경쟁력 강화 등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IRA의 급격한 폐지보다 부분적 조정 가능성이 우세하다. 전기차 크레딧이나 재생에너지 인센티브 등 일부 조항의 수정은 있을 수 있으나, 이미 형성된 경제적 이해관계와 의회 내 반발을 고려할 때 근본적인 정책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IRA 폐지 공약은 현실적 제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청정에너지 산업이 지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향후 미국의 기후정책은 이념보다 경제적 실익이 우선시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 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리스크 관리와 함께 장기적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