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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택병원 프로그램으로 의료서비스 혁신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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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택병원 프로그램으로 의료서비스 혁신 추구

"집이 최고의 병원"...재택의료의 성과와 과제

코로나 당시 확산된 재택병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 당시 확산된 재택병원. 사진=로이터

미국 의료계가 재택병원(Hospital at Home)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적 의료 서비스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며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월 25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급부상한 재택병원 프로그램의 현황과 과제를 심층적으로 소개했다.

美 CMS(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에 따르면, 현재 39개 주 373개 의료기관이 재택병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24시간 핫라인, 원격 모니터링 장비, 하루 2회 의료진 방문을 통해 병원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CMS의 연구는 재택 치료 환자들의 치료 결과가 일반 입원 환자와 비교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으나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병원 프로그램이 부상한 직접적 계기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당시 연방정부는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병원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재택병원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이를 통해 메디케어 기금 지원이 용이해지면서 재택의료가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로 자리잡게 되었다.

매사추세츠 제너럴 브리검의 사례는 재택병원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이 병원 재택병원 프로그램은 체계적인 의료진 배치와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급대원이나 간호사가 하루 2회 정기 방문을 담당하고, 의사나 전문 간호사는 하루 1회 이상 직접 방문하거나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한다. 환자들은 생체 신호 모니터링 장치를 착용하고, 의료진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태블릿을 제공받는다. 24시간 핫라인을 통해 응급상황에 대비하며, 필요시 즉시 병원으로의 이송도 가능하다.

한편, 이 병원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재택 프로그램의 최고 임상·혁신 책임자인 스티븐 도너는 "지난 10년간 병원 과밀화가 악화되어 시스템에 대한 재정적 압박이 증가했다"며 재택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최근 이 병원 응급실에는 80명 이상의 환자가 병상을 기다리며 복도에서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체 환자의 10%까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CMS의 9월 보고서는 재택치료의 효과성을 입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 치료 환자는 병원 입원 환자와 비교해 사망률이 더 낮았고, 해로운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낮았다. 특히 치매나 인지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혼잡하고 불안정한 병원보다 익숙한 환경에서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긍정적 결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들의 경우 재택치료 시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재입원 확률도 낮추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재택의료를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 최대 간호사 노조인 전국간호사연합(NNU)은 의료진의 상시 부재로 인한 응급상황 대처 능력 부족을 지적한다. 또한, 의료기관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재택의료를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전문의의 집중 치료나 광범위한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측면에서 재택병원 효율성은 아직 검증 단계다. 현재는 일반 입원과 유사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프로그램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달성 시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민간보험사들도 일반 입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재택의료 비용을 보장하고 있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재택의료 향방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 시절 규제 완화에 우호적이었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재택의료 확대를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오바마케어 축소 기조를 고수할 경우 메디케어를 통한 재택의료 지원이 제한될 수 있다.

현재 미 의회는 2020년 도입된 재택병원 프로그램 면제 조항의 5년 연장을 검토 중이다. 의회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이미 효과가 입증된 재택의료 정책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의료계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은 의료 접근성 개선과 의료비 절감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재택의료는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 '가정간호제도'를 통해 제한적인 재택의료가 이뤄지고 있으나, 미국식 재택병원 수준의 포괄적 의료서비스 제공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의 재택병원 사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 혁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의료진 수급, 수가 체계 개편, 응급상황 대응체계 구축 등 제도적 보완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은 ‘중증소아 재택의료팀’을 발족하고 중증도가 높은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를 위한 재택의료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이다.

재택병원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 질과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경제성을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계와 정책 당국은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라는 본질적 가치를 지키면서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택의료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