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무역 전쟁 우려에도 투자 계획 변함없어
인프라·녹색금융·위안화 사업 강화 전략 추진
인프라·녹색금융·위안화 사업 강화 전략 추진
프랑스 최대 은행 크레디트아그리콜이 홍콩을 거점으로 한 아시아 사업 확장을 가속하고 있다. 자비에 무스카 CEO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스카 CEO는 2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위안화 국제화, 녹색금융, 인프라 개발이 홍콩 금융시장의 3대 성장 동력"이라며 "우리는 이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콩의 대규모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은행의 주요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정부는 현재 200억 홍콩달러(약 26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소매 채권을 발행 중이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은 이미 홍콩에서 다수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1996년 홍콩 국제공항 건설을 비롯해 2015년과 2018년에는 3호선 유료도로 건설 자금조달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MTR의 45억 위안 규모 딤섬 그린본드 발행과 도시재생청의 120억 홍콩달러 채권발행을 주선했다.
위안화 사업도 은행의 주요 전략 분야다. 무스카 CEO는 "홍콩은 역외 위안화 센터로서 우리의 위안화 국제화 지원 전략과 완벽히 부합한다"며 "위안화가 세계 주요 통화로 부상한 만큼, 이 시장은 글로벌 은행에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녹색금융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은 세계 최대 녹색채권 발행기관 중 하나로서, 홍콩 정부의 모든 녹색채권 발행에 자문과 주선을 담당해왔다.
은행의 홍콩 진출 역사는 18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방크 드 랭도신(Banque de l'Indochine)이 첫 지점을 개설했으며, 여러 차례 합병을 거쳐 1996년 크레디트아그리콜에 인수됐다.
무스카 CEO는 "우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며 "장강실업 등 홍콩 기업들의 유럽 진출을 지원해왔으며, 홍콩과 중국 본토, 유럽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의 재선에 대해 "중국은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으로서 계속 성장할 것이며 개방경제를 유지할 것"이라며 "무역 전쟁 위협 때문에 중국이나 아시아에서의 활동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크레디트아그리콜 그룹은 투자은행 부문인 크레디트아그리콜 CIB, 자산운용 부문 아문디, 자산 관리 부문 인도수에즈 웰스매니지먼트를 통해 아시아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홍콩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가속하면서,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위안화 비즈니스와 녹색금융 등 새로운 영역에서 외국계 금융사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한국 금융사들도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ESG와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의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녹색금융과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금융사들도 이 분야에서의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 관계자는 "해외 금융사들의 아시아 진출 가속화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적극적으로 독려할 계획"이라며 "규제 개선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도입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산업이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감한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인재 육성과 기술 투자, 규제 개선 등 종합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