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독특한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신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하며 '실리외교'를 본격화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중국과는 1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협력 협정을 체결하며 실리를 추구했다. 인프라, 녹색 에너지, 디지털 경제 등 경제 전반에 걸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특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나투나해 공동 개발 합의까지 끌어내며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더욱 강화했다.
반면, 미국과는 안보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해양안보 역량 강화와 불법 조업 근절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고, 국방협력협정(DCA)의 이행도 재확인했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러한 이원화 전략은 인도네시아의 현실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 군도 국가이자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로서는 급부상하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중국의 해양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앞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동맹국과의 경제적 불균형에 민감한 그의 성향을 고려할 때 대미 경제 협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향후 안보 위기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인도네시아의 미·중 사이 균형 외교는 앞으로 더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한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양국 사이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외교적 곡예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의 실리외교 전략이 한국 외교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의 투트랙 접근법이 한국의 외교 전략 수립에 참고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외교안보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비동맹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 양국과 협력하는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며 "한국도 미·중 갈등 속에서 새로운 외교적 공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영유권 갈등이 있는 나투나해 문제를 경제 협력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다. 국제관계 전문가는 "영토 분쟁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처한 상황이 인도네시아와는 다르다는 점도 강조한다. 아시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인도네시아보다 미·중 양국과 더 밀접한 관계에 있어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라며 "그만큼 더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