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양국의 첨단기술 분야 무역 제재가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보복 조치로 맞서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백악관의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HBM) 대중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 수출 제한으로 즉각 대응하면서, 양국 간 무역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
이러한 무역갈등 심화 우려에 뉴욕 증시는 물론 달러 환율, 국제 유가, 국채금리, 가상화폐 시장까지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2일(현지시각) 배런스는 미·중 무역갈등 전망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미·중 무역분쟁 향방을 심층 보도한 바 있다.
◇ 트럼프의 무역전쟁 재개 위협과 중국의 대응 전략
트럼프는 재집권 시 중국 수입품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25%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1차 무역 전쟁 때보다 훨씬 강력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도 달라졌다. 시진핑 주석은 1차 무역 전쟁의 교훈을 통해 미국에 대한 양보가 더 큰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했다.
중국의 대응 카드는 다양하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미국의 관세 효과를 상쇄할 수 있으며, 미국 첨단산업의 핵심인 희토류와 갈륨, 게르마늄 등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약 7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매각이나 애플·테슬라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 특히 '공급망 전쟁'이라 불리는 새로운 전략으로 미국 기업들의 취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 글로벌 경제 질서와 지정학적 갈등 심화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2017년과 크게 달라졌다.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췄고, 브릭스(BRICS) 확대로 '탈달러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단기적 경제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국 갈등은 동맹국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일본,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은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의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도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중 양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 트럼프의 무역전쟁 성공 가능성과 미중 협상 전망
트럼프 2.0의 무역전쟁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중국이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 다변화를 추진한 데다, '공급망 전쟁' 등 새로운 대응 전략도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60% 관세 부과 시 미국 가계당 연간 2600달러의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 등 미국 내 부작용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포괄적인 합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국 간에는 근본적 이해관계의 차이가 존재하며,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패권 경쟁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무역 협상 재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등에서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합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양국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