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전통적 '여성 직종'에서 성별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11월 3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남성 간호사 수가 2000년대 초반 이후 3배 가까이 증가하며 의료계 성별 구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반영한다. 제조업 일자리가 자동화와 해외 이전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의료 서비스 분야는 팬데믹 이후 전체 일자리 증가율의 두 배 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의료 및 사회 지원 부문에서는 실업자 한 명당 약 두 개의 일자리가 제공되어,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남성들의 새로운 기회로 부상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간호직의 높은 처우다. 2024년 기준 미국의 평균 연봉이 5만3490달러인데 비해, 남성 간호사의 평균 연봉은 8만~9만 달러 수준이다. 특히 전문 분야인 마취 간호사의 경우 평균 연봉이 15만833달러로, 일반직 평균의 약 3배에 달한다. 응급실 간호사도 시간당 최대 45.29달러로 연봉 환산 시 약 9만4200달러에 이른다.
직업 만족도 조사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72%의 남성 간호사가 직업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95% 이상이 양질의 환자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경력 개발 기회와 급여 체계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 2023년 기준 남성 간호사는 3만 명을 넘어섰으며,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자 중 남성 비율은 2008년 3.4%에서 2020년 14.7%로 크게 증가했다. 2023년 신규 남성 간호사는 약 3700명으로, 19년 전 대비 30배 이상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남성 간호사들의 독특한 강점이 주목받고 있다. 군 경험이나 응급구조사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많아 위기 대응력이 뛰어나며, 체력이 요구되는 응급실과 수술실에서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초과근무나 야간근무에 대한 높은 수용도로 병원 운영의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민 정책 강화로 해외 간호 인력 유입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국 내 간호사 수요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의료보험 정책 변화도 예상되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의료 서비스 수요 확대로 간호직의 안정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남성 간호사의 증가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직업 환경의 다양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높은 처우와 직업 안정성, 전문성 개발 기회는 앞으로도 더 많은 남성들을 간호 분야로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