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인 인도가 러시아에 대한 방산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이미 인도에 수출된 K9 자주포를 비롯, FA-50 경공격기 등 검증된 한국 무기체계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무기 수입 비중은 2009년 76%에서 지난해 36%로 많이 감소했다. 인도는 최근 러시아와 추진하던 헬리콥터·전투기 공동개발 계획과 핵잠수함 임대 협상도 보류했다.
대신 미국과의 방산협력은 확대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가 2018년 이후 미국산 무기 구매 계약은 200억 달러에 이른다. 인도는 지난 10월에는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 아토믹스의 장거리 드론 31대를 30억 달러에 구매하기로 했다.
인도 고위 관리는 SCMP에 "러시아제 무기는 저렴하지만, 잦은 수리가 필요해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서 "인도군이 서방 기술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인도의 실용적 외교 정책을 반영한다고 평가한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아니트 무케르지 강사는 "인도는 서구식 플랫폼으로 점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완전한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도는 여전히 러시아제 무기의 예비부품과 탄약이 필요하며, 특히 핵잠수함 분야에서는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국과 파키스탄이라는 두 적대국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군사 지원도 여전히 중요하다. 예일대의 수샨트 싱 강사는 "러시아제 무기는 수십 년간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인도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방산협력을 확대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러시아의 저가 에너지 공급과 미국의 첨단 기술 이전이라는 두 이점을 모두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인도가 러시아에서 서방으로 무기 도입을 전환하면서 한국 방위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한다. 특히 K-방산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인도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국방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인도의 무기 현대화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방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장점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검증된 무기체계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인도의 사례가 한국 방산수출 전략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한다. 한 국방안보포럼 연구원은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서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인도와의 방산협력 강화는 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양국 간 국방협력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