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온라인 금융그룹 SBI홀딩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알빌라드 캐피털과 손잡고 사우디 최초의 일본 주식형 펀드를 출시한다. 두 나라 금융사의 협력은 중동의 해외 자산 투자 수요 증가와 사우디의 경제 다각화 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는 3일 SBI가 자회사인 SBI자산운용을 통해 2025년 상반기 중동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본 주식형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펀드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이 투자한 닌텐도, 캡콤 등 게임·엔터테인먼트 관련 일본 기업들에 주로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SBI자산운용은 부동산투자신탁(REITs)과 성장주와 인덱스 펀드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인덱스 펀드의 경우 사우디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에서는 지난 10월 사우디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첫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됐다.
두 금융사의 협력은 양방향으로 이뤄진다. SBI는 계열사인 SBI증권과 SBI신세이은행을 통해 일본의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알빌라드가 운용하는 주식, 채권, REITs 펀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2025 회계연도 말까지 운용자산 1000억 엔(약 6억 70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알빌라드 캐피털은 사우디 ETF 시장의 선도 기업이다. 현재 사우디에서 거래되는 11개 ETF 중 6개를 운용하고 있으며, 총 운용자산은 73억 달러 규모다.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사우디의 증가하는 해외 투자 수요가 있다. 사우디 투자부에 따르면 자국의 해외직접투자는 2024년 300억 달러로 3년 만에 3배로 증가했으며, 2030년에는 1040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사우디는 '사우디 비전 2030' 정책에 따라 석유 의존적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외국인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일본과 포괄적 산업·금융 협력에 관한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양국의 금융시장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특히 사우디의 풍부한 자본과 일본의 선진 금융 노하우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양국 금융시장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동의 풍부한 오일머니가 일본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사우디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SBI홀딩스와 사우디 알빌라드 캐피털의 상호 투자 협력이 한국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풍부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중동 자금의 해외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적극적인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중동 개인투자자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류를 활용한 맞춤형 투자상품 개발을 제안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K-콘텐츠, K-뷰티 등 한류 관련 기업들을 묶은 테마형 펀드나 ETF가 중동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동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 △금융 인프라 개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중동 자금 유치를 위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슬람 금융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중동의 풍부한 오일머니가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는 만큼 이는 한국 금융시장의 기회"라면서 "지금이 중동 자금 유치를 위한 적기"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