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보적 지위가 2025년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3일(현지시각) 배런스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 출시로 2025년에 시가총액이 애플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웰과 빅테크의 AI 투자가 엔비디아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중반 출시 예정인 블랙웰은 현재의 호퍼보다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엔비디아는 블랙웰의 마스크 교체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여 생산 수율이 향상되었으며, 2025년 회계연도 4분기부터 본격 출하될 예정이다.
월가 소식통에 따르면, 블랙웰 기반의 DGX B200 시스템은 호퍼 대비 40%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선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알파벳은 100억 달러 규모의 GB200 40만대, 메타는 80억 달러 규모의 36만대를 주문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2025년에 계획 중인 AI 인프라 투자 2700억 달러의 일부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최근 실적도 견조하다. 3분기 매출은 3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으며, 데이터센터 부문이 307억 달러로 112% 성장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31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호퍼 GPU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 증가를 반영한다. AI GPU 시장 점유율은 80~8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고성능 GPU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젠슨 황 CEO는 "데이터센터의 1조 달러 규모 현대화가 진행 중"이라며 AI 수요 지속을 전망했다. 이는 기존 데이터센터들이 AI 워크로드 처리를 위해 대대적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투자된 규모는 전체의 1/4 수준에 불과해, 향후 수년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블랙웰 초기 생산 시점의 수율 안정화 과정에서 현재 74.6%인 매출총이익률이 일시 하락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CFO 콜레트 크레스는 “블랙웰 초기 생산 단계에서 마진이 70% 초반으로 하락할 수 있으나, 생산이 안정화되면 70% 중반대로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트럼프 취임에 따른 대중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도 변수다. 현재 엔비디아는 중국향 수출 제한 조치로 A800, H800 등 특별 설계 칩을 공급하고 있으나,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경우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새로운 도전과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의 수혜가 예상되나, AI 가속기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설계·공정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 현재 두 기업은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HBM3E 메모리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차세대 제품인 HBM4 개발도 진행 중이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공정에서 TSMC와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AI 반도체 설계 기업들을 위한 IP와 설계 지원 인프라 확충에도 투자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블랙웰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리스크와 경쟁 심화 가능성은 있으나, AI 수요 증가와 빅테크의 투자 확대로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 격차 축소와 차별화 전략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