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새로운 동맹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술 전문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3일(현지시각) 애플의 아마존 웹 서비스(AWS) 지지 선언이 경쟁과 협력 경계를 허무는 AI 시대의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AI 임원 버노이트 더팬이 AWS 리인벤트(re:Invent) 컨퍼런스에서 밝힌 AI 칩 테스트에서의 AWS 맞춤형 칩 활용이 AI 시대 빅테크 기업들의 협력 모델이 어떻게 진화할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AWS의 그라비톤과 인페렌티아 칩을 통한 기계학습 성능 향상이다. 애플이 AWS 칩을 통해 40% 이상의 효율성 향상을 달성했다는 발표는 클라우드 기반 AI 개발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 특히 애플이 자체 AI 개발에 AWS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점은 AI 시대에 독자 개발보다 전략적 협력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양사의 협력은 AI를 넘어 콘텐츠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플랫폼에서 애플 TV+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플랫폼과 콘텐츠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애플에게는 콘텐츠 유통망 확대를, 아마존에게는 프리미엄 콘텐츠 확보라는 상호 이익을 가져다준다. 현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어, 애플 TV+의 잠재적 시청자 기반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애플 TV+의 연간 콘텐츠 제작 예산이 60억 달러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플랫폼의 콘텐츠 경쟁력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목할 점은 이번 협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자체 AI 제품에 대한 아마존 AI 칩 사용을 확약하지 않았다. 이는 현재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여전히 강력함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고성능 AI 연산에 필수적인 H100, A100 등의 GPU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또한,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을 둘러싼 갈등에서 보듯 양사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며, 이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서 30%에 이르는 수수료를 둘러싼 양사의 견해 차이가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에 이번 애플-AWS 협력은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과제와 기회를 동시에 제시한다. 빅테크 기업의 AI 동맹 강화는 글로벌 시장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GAA 공정을 통한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HBM 메모리로 AI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GAA 공정은 기존 FinFET 대비 전력 효율을 20% 이상 개선하여 AI 반도체의 성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의 HBM3E는 데이터 처리 속도를 초당 1.15테라비트까지 끌어올려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애플이나 AWS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제품 개발 시 한국 기업들을 핵심 파트너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자체 AI 모델 개발과 함께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 중이다. 이는 애플-AWS 사례에서 보듯 AI 시대에는 독자 개발보다 전략적 제휴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한국 IT 기업들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과 AWS의 협력은 AI 시대 기술 기업들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보여준다.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협력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글로벌 기술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