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가 과학 연구의 새로운 도구를 넘어 혁신의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계산이나 데이터 처리를 넘어 복잡한 실험 설계와 결과 예측까지 AI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11월에 발표한 'Seizing the AI for Science opportunity(과학을 위한 AI 기회 포착)' 보고서를 통해 AI가 여는 과학의 새 시대를 조망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과학계에서 AI 활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알파폴드2 시스템으로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예측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사례는 AI가 과학 연구에 가져올 혁신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 알파폴드2는 기존 실험 방식으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던 단백질 구조 분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I는 과학 연구의 5가지 핵심 영역에서 혁신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연구 논문과 데이터를 AI가 빠르게 분석하고 종합해 연구자들의 문헌 검토 효율을 높인다. 둘째, 실험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분류해 데이터셋을 구축한다. 셋째, 위험하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실험을 컴퓨터로 먼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넷째, 날씨나 생태계처럼 복잡한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AI로 모델링한다. 다섯째, 신약 개발이나 신소재 발견처럼 가능성이 무한한 영역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낸다.
하지만 AI 활용에는 중요한 도전과제들이 있다. 과학자들의 창의적 직관이 AI에 의존하면서 둔화될 수 있고, AI가 제시한 결과를 검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AI 연구가 일부 선진국과 대형 연구기관에 편중되거나, AI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소비가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도전과제 해결을 위해 보고서는 네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우선 AI 연구의 주요 과제를 '힐베르트 문제'처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00년 독일의 수학자 다비드 힐베르트가 제시한 23개의 미해결 수학 문제가 20세기 수학 발전의 방향을 제시했듯이, AI 과학 연구에서도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들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양질의 연구 데이터 확보, 과학자들에 대한 AI 활용법 교육, 새로운 연구 조직 모델 실험을 주요 정책으로 제안했다. 이는 AI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 과학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국내 연구기관들이 AI 인프라 구축과 전문 인력 양성, 연구 조직 혁신을 위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AI가 과학 발전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 못지않게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인류의 지식을 확장하고 실질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면, AI 활용의 기회와 위험을 균형있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