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광물자원 잠재 가치, 2.5조 달러로 평가돼
사우디아라비아가 탈석유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하며 글로벌 광업 강국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중국, 인도, 호주의 주요 광업·금속 기업들과 잇따른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경제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사우디는 최근 베일 베이스 메탈(Vale Base Metals) 지분 10%를 25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국영 광산기업 마덴(Ma'aden)과 해외 투자사 마나라 미네랄스(Manara Minerals)를 통해 아프리카 주요국과 광물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중국과의 협력이 두드러진다. 중국지질조사국(CGS)의 11년간의 조사 결과, 사우디 광물자원의 잠재 가치가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쯔진그룹은 최근 사우디 내 제련소 및 정제시설 건설에 최대 16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사우디의 광물자원 개발 잠재력은 상당하다. 서부 아라비아반도와 아프리카 북동부에 걸친 아라비아-누비아 방패 지역에서 알루미늄, 구리, 금, 희토류 등 주요 산업용 금속의 상업적 매장지가 확인됐다. 특히, 전자부품 생산에 필수적인 탄탈륨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의 약 25%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자원개발은 사우디의 '비전 2030' 경제개발 프로그램과 맞물려 있다. 사우디는 광업 부문의 GDP 기여도를 2016년 170억 달러에서 2035년 750억 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광물 수입을 연간 190억 달러에서 115억 달러로 줄일 계획이다.
전기차 산업 육성도 핵심 전략이다.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시드 그룹과 대만 폭스콘이 이미 현지 생산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도 베단타와 20억 달러 규모의 구리 제련소 설립 계약을, 호주 헤이스팅스와는 최대 19억 달러 규모의 희토류 가공 시설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이 같은 행보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천연자원관리연구소의 하이타얀 소장은 "사우디는 광물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신규 진입자로서 투자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사우디의 광물자원 개발 드라이브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야심 찬 도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아시아의 핵심 광물 공급기지로 부상하려는 전략은 지역 경제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인 광물자원 개발 전략이 한국 산업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동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새로운 공급처가 될 수 있다"며 "사우디의 자원개발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우디가 보유한 탄탈륨과 희토류는 한국의 첨단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자원이다. 한국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 편중된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할 좋은 기회"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사우디의 전기차 산업 육성 계획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앞선 전기차 기술과 사우디의 자원·자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으로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 △중동 지역과의 산업협력 강화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전략적 제휴 등을 제시했다.
특히, 사우디가 추진 중인 '비전 2030'과 한국의 산업 발전 전략을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국의 상호보완적 산업 구조를 활용한 윈-윈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