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AP통신은 트럼프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장 행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격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파리 회동의 핵심은 유럽연합(EU)의 '선제적 구애 외교'다.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현직 미국 대통령급 의전을 제공하고, 젤렌스키와의 3자 회동을 주선한 것은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유럽의 영향력 유지를 도모하고 있다.
EU의 이러한 행보는 경제적 우려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언급한 수입 관세 강화 정책이 시행될 경우, EU의 대미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자동차, 화학, 기계 등 주력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EU 경제 성장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제안한 10~20%의 수입 관세 부과는 EU 경제 성장률을 1.5%포인트 낮추고 2600억 유로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번 회동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기회로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의 관계를 통해 대러 제재 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24시간 내 종전'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 트럼프의 견해를 활용하고, 현재의 대러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도 엿볼 것이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 지원 약화를 우려하며 EU와의 관계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 국제 질서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미국의 고립주의 강화는 EU의 독자적 행보 확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적 동맹 관계가 재조정되는 가운데, 각국은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비한 실용적 외교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파리 회동은 단순한 의전 행사를 넘어 새로운 국제 질서 형성의 시발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의 파격적인 의전과 3자 회담 주선은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막을 내리고,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향후 EU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시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새로운 역학 관계 형성 등 국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이 예상된다. 각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