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2026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ADB는 최근 발표한 아시아 개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무역, 이민, 재정정책의 영향이 2024년과 2025년에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11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ADB는 트럼프가 공약한 새로운 관세 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이 2025년 3분기 이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최대 60% 관세와 기타 국가 제품에 대한 10~20% 관세 부과는 실제 정책 목표가 아닌 협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강경한 무역정책이 시행될 경우,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산 제품에 10% 관세로 '보복'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경우 중국과 무역 연계가 강한 동아시아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ADB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전반적인 성장에 미치는 누적 영향은 미미하게나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ADB는 올해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4.9%로, 2025년은 4.9%에서 4.8%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46개 ADB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이번 전망에서 남아시아 지역의 성장 전망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남아시아의 2024년 성장률은 당초 6.3%에서 5.9%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2024년 성장률이 기존 4.5%에서 4.7%로 상향 조정됐으며, 2025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별로는 말레이시아(5.0%), 싱가포르(3.5%), 태국(2.6%), 베트남(6.4%)의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된 반면, 인도네시아(5.0%)와 필리핀(6.0%)은 기존 전망이 유지됐다.
ADB는 트럼프의 재집권 외에도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와 역내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한 원자재 가격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주요 하방 리스크로 지목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이번 보고서는 아시아 경제가 향후 2년간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2026년 이후에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ADB는 아시아 각국이 무역 다변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외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영향이 2026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양방향 충격이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20%를 넘어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기 속 기회 요인도 있다고 분석한다. 동남아와 인도 등 신흥국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도 등이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부상하는 만큼, 이들 시장에 대한 선제적 진출이 필요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제언했다. ADB는 베트남이 내년 6.4%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계에서는 특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 우리 주력 산업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중 갈등 심화로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이 확대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생산 기지 다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성 확대도 우려하고 있다. 무역 갈등 심화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패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느냐에 달려있다. 수출 시장 다변화, 공급망 재편 대응, 신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