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기업 가치 기업으로 성장한 엔비디아의 핵심 경쟁력이 CEO 젠슨 황의 혁신적인 소통 시스템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매일 100여 개의 직원 이메일을 직접 검토하는 황 CEO의 독특한 'T5T(Top 5 Things)' 경영을 조명하며 이를 AI 시대의 새로운 혁신 모델로 평가했다.
T5T 시스템의 핵심은 모든 직급의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현장에서 발견한 주요 사항 5가지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보고가 중간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CEO에게 직접 전달된다는 것이다. 황 CEO는 이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미래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약한 신호'들을 포착한다.
이 시스템의 성과는 이미 입증됐다. 엔비디아가 게임용 GPU 제조사에서 AI 반도체 산업의 선도기업으로 전환한 것도 T5T를 통해 포착한 기계학습 분야의 잠재력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2016년 한 엔지니어가 보고한 딥러닝 알고리즘의 GPU 활용 가능성이 있다. 황 CEO는 이 '약한 신호'를 포착해 즉시 AI 가속기 개발에 착수했고, 이는 현재 엔비디아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023년 한 해에만 239% 증가했으며, 현재 1.3조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혁신적 경영 방식은 실리콘밸리의 전통적인 기업문화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애플이나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와 비밀주의적 문화가 재검토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개방형 혁신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향후 엔비디아의 지속 성장 변수는 트럼프이다. 미국의 대중 정책과 기술 규제 방향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엔비디아의 사업 환경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 내부 소통이나 기술적 혁신이 아닌 지정학적 갈등 이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젠슨 황의 리더십이 보여준 위기 대응력과 조직의 유연성은 이런 도전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한국의 기술기업들에게 T5T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수직적 의사결정과 관료주의적 문화에 갇힌 국내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보고 체계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혁신의 기회를 발견하는 문화다. 이를 위해서는 ▲전 직원이 참여하는 디지털 제안 플랫폼 구축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조정자로 재정의 ▲혁신적 제안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과 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약진하고 있는 국내 최고 기업 오너와 CEO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와 같은 조직문화 혁신의 촉진자가 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테크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온 CEO들의 리더십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젠슨 황의 수평적 소통 기반 혁신은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테슬라 일론 머스크가 도입한 '모든 직원이 CEO에게 직접 이메일할 수 있는 정책',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의 주간 전직원 Q&A 세션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리더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수평적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술 혁신을 넘어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혁신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