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각) 스텔란티스와 CATL의 스페인 투자는 미국 시장의 정책 불확실성을 분산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전략 선택으로 해석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지난 4일에는 트럼프의 재선에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WSJ 보도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은 다음 세 가지 요인에 기반한다. 첫째, 견고한 글로벌 시장 지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CATL에 이어 세계 2위를 유지하며 기술력과 생산능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셋째,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의 급성장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미국의 ESS 설치 용량은 20.7GW를 기록했다. 노무라증권은 글로벌 ESS 시장이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30년까지 연평균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투자의 92%가 공화당 지지 주(州)에 집중되어 있어 전면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은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현재 CATL이 점유한 미국 시장 10%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 전기차 보조금 축소 가능성에도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축된 현지 생산기지와 기술력, 미국과 유럽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 한국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다만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 기술 경쟁력, ESS 시장 확대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오히려 장기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