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주요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을 활용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며 디지털 금융 경쟁에 뛰어들었다. 빠르고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이주 노동자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안전성과 규제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11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태국 2위 은행인 카시콘뱅크는 지난달 일본 G.U. 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태국 내 많은 일본 기업과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양국 간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태국 3위 은행인 시암 커머셜 뱅크(SCB)의 모회사 SCBX는 지난 10월 태국 최초의 국제 스테이블코인 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태국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는 배경에는 디지털 결제의 빠른 성장과 해외 이주 노동자 증가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되어 가격 변동성이 낮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보다 안전한 결제 수단으로 여겨진다.
기존 해외 송금은 SWIFT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며, 여러 은행을 거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수료도 비싸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간 직접 송금이 가능해 1초 이내에 자금이 도착하고, 수수료도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
G.U. 테크놀로지스 글로벌의 슌스케 이치가와 COO는 "스테이블코인은 SWIFT보다 빠르고 저렴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2023년 태국인의 스테이블코인 구매액은 GDP의 0.43%에 달하며, 미국, 터키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또한, 해외 이주 노동자 약 14만 명이 송금 서비스의 주요 고객층이 될 수 있다.
태국은 모바일 결제 보급률도 높아 스테이블코인 서비스 확산에 유리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태국에서 모바일 결제는 개인 결제의 22%를 차지하며,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는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한다. 사이버 공격, 통화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한 손실 가능성, 자금세탁 악용 우려 등이 제기된다. 태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전자 결제 수단으로 분류하고 중앙은행 심사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불확실성이 높다.
태국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은 디지털 금융 혁신을 가속하고, 해외 송금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과 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시장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