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으로 보호무역 본격화 전망
중국 견제 강화에 글로벌 공급망 '대이동' 가속
한국 등 제3국도 무역 제재 표적될 수 있어...기업들 생존 전략 시급
중국 견제 강화에 글로벌 공급망 '대이동' 가속
한국 등 제3국도 무역 제재 표적될 수 있어...기업들 생존 전략 시급
ING 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지각변동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직접적 영향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7년 이후 7.7%포인트 급감해 13.9%까지 하락했다. 관세 부과 대상이었던 가죽제품과 가구류의 경우 각각 57.2%에서 23.7%, 52%에서 29.4%로 시장 점유율이 급감했다. 반면 EU(2.4%p), 멕시코(2.1%p), 베트남(1.7%p) 등이 중국의 빈자리를 채우며 수혜를 입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무역 지형 변화가 단순한 시장 점유율 재편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와 베트남이 미·중 간 무역의 '플러스 원' 중계 국가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현재 미·중 무역분쟁의 수혜국들도 새로운 무역 갈등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NG는 특히 두 가지 시나리오에 주목했다. 첫째, 미국이 멕시코나 베트남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을 우회 수출 혐의로 제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더 나아가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각지의 항만을 경유하는 물품까지 제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중국과 연관된 모든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는 조치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아프리카에서 일대일로 사업을 확대하며, EU 및 멕시코와의 교역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이나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 강력한 보복 조치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국 간 보복전이 세계 교역량 감소와 공급망 차질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경제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 초기에는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누렸다. 대만, 캐나다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1%포인트의 점유율 확대를 달성했으며,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처로 부상했다. 그러나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심화될 경우, GDP 대비 수출 비중이 63%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글로벌 교역 위축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미 재무부가 최근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중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과 함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미국이 환율 조작국 지정이나 추가 관세 부과 등 무역 제재의 새로운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대응해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와 인도, 멕시코 등으로의 공급망 다변화를 서두르는 한편,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리쇼어링도 적극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주요 교역국들과의 전략적 통상 협력을 강화하고,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경제는 자유무역 체제에서 보호무역 체제로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이러한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각국의 전략적 대응과 새로운 무역 질서 재편 과정이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