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AI 수요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크 기업들이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
월스트리트저널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구글과 청정에너지 개발사 인터섹트파워, TPG의 라이즈클라이메이트 펀드가 향후 10년간 200억 달러를 투자해 재생에너지 발전과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혁신적인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이 프로젝트는 AI 시대의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통합함으로써 전력망 부하를 줄이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2026년 첫 산업단지 가동을 시작으로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터섹트파워의 CEO 셸던 킴버는 "AI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력"이라고 강조하며,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수소 생산과 같은 대규모 전력 소비 산업도 발전소 근처로 이동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AI 산업의 급성장이 있다. 그리드 스트래터지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수요는 2029년까지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북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댈러스, 애틀랜타 등 주요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의 수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버 수준에서 7.8%, 랙/데이터센터와 시스템 수준에서 각각 25%의 에너지 소비 감소가 예상된다. 전력사용효율(PUE) 측면에서도 개선이 기대된다. 이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총 전력량을 IT 장비가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나눈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의미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평균 PUE는 1.56인데, 이는 IT 장비가 100의 전력을 쓸 때 냉각 등 부대설비에 56의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 수치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정부는 극한 기후로부터 전력망을 보호하기 위해 38개의 프로젝트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특히 산업단지 내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가 핵심이다. 2030년까지 6GW 규모의 태양광 설비 보급이 계획되어 있으며, 환경단체들은 최대 53GW의 태양광 설비 잠재량이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2030년~2036년에 필요한 3GW는 산업단지 내 LNG 발전소 구축으로 수급할 계획이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4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는 대규모 전력 소비처가 될 전망으로, 구글의 전력 생산-소비 통합 모델이 안정적 전력 수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화큐셀과 OCI홀딩스도 미국 태양광 업체에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밸류체인 확장을 준비하고 있어 사업 확장에 기회가 될 수 있다.
2025년 트럼프 재집권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하고 재생에너지 정책에 회의적이지만, 이미 상당한 규모의 민간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시장의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프로젝트의 기본 틀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규제 완화나 정책 지원 축소 가능성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혁신적 시도로 평가된다.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글로벌 테크 산업의 에너지 수급 문제 해결에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