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AI 경쟁력과 군사력 강화를 저지하기 위해 사실상 더 강화된 '포괄적 봉쇄전략'을 가동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대한 AI 칩 구매 상한선 도입을 새로이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22년 10월 바이든 정부의 첫 수출 통제 이후 지속된 중국의 우회 수입 전략을 정면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중국은 베트남과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입을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시켰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AI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설립하며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왔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초래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베이징 연구팀을 600명 규모로 확대하는 등 비규제 분야로의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 수출 제한과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 착수로 맞대응에 나섰다. 더불어 자체 AI 칩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TSMC와 삼성전자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최근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첨단 AI 칩이 TSMC 제품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의 첨단 설비 업그레이드에 제약을 받고 있어, 생산전략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 우대 정책은 기회요인이 될 수 있으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시설 운영과 AI 반도체 수출에서 양국 간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수출 통제 강화는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신규 시장 개척과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5년 트럼프 재집권시 대중 기술 봉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전면 금지, AI 관련 기술 이전 규제 확대, 동맹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 수출 추가 제한 등이 예상된다. 이에 주요국들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칩법을 통한 자국 생산 확대를, EU는 칩법을 통한 역내 생산 비중 확대를, 일본은 래피더스 설립을 통한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자체 기술 개발과 우회 수출 루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여,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블록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기존의 국제 질서를 재편하며, 글로벌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