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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고급 전기차로 중국 시장 재공략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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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고급 전기차로 중국 시장 재공략 시동

11억 달러 투자·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새 활로 모색

현대자동차 대리점의 현대자동차의 로고가 있는 자동차 바퀴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 대리점의 현대자동차의 로고가 있는 자동차 바퀴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현대자동차가 위기에 빠진 중국 사업의 재건을 위해 프리미엄 전기차 전략과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추진한다.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 차가호 15일(현지시각)의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심각한 판매 부진과 구조조정 위기 속에서도 11억 달러 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베이징현대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5개에 달하던 현지 생산공장 중 다수가 폐쇄되거나 매각되어 현재는 베이징 공장만이 가동되고 있으며, 전체 임직원의 30% 규모의 구조조정도 검토 중이다. 특히 전통적인 합작 자동차 브랜드로서 의사결정 지연과 제품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베이징현대의 중국 내 판매량은 2016년 114만대를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2022년 9억4200만 달러 증자에 이어, 이번에 중국 파트너사 BAIC와 함께 베이징현대에 각각 5억4800만 달러씩 총 10억 96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재건 전략은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2025년부터 BAIC 플랫폼 기반의 첫 순수 전기차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5개의 신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둘째, 2026년부터는 중국 소비자들의 장거리 주행 수요에 맞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연간 3만대 규모로 생산한다. 셋째, CATL과의 MOU 체결을 통해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현지화를 가속화한다.

이러한 전략은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10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872만1000대로 전년 대비 36.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북미(147만1000대)와 유럽(250만2000대)의 성장세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로, 현재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64.3%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아이오닉5 N이·후륜 모터 합산 최대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78.5kgf·m의 성능을 갖춰 맥라렌 765 LT, 포르쉐 911 GT3 RS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중국 프리미엄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특히 메르세데스-AMG C63 SE 퍼포먼스를 제치고 중국 현지 시상식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현대차는 또한 옌타이 기술연구센터와 상하이 선행 연구개발센터를 통해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 브랜드를 통한 프리미엄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는데, 트랙 데이 이벤트, N 라운지 운영, TCR 중국 챔피언십 참가 등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다만,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 관계 변화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무역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SK온 배터리 탑재와 BAIC·CATL과의 협력 등 현지화 전략으로 정치적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이번 전략이 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64.3%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품과 기술 경쟁력이 부족한 브랜드는 빠르게 도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수출 거점화에 성공한다면, 중국 사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화웨이를 비롯한 세계적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포진해 있고,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차량용 전장 부품 기술도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는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