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젊은 금융인들 사이에서 업무 성과 향상을 위한 각성제 복용이 만연하면서, 금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투자은행 50여명의 현직·전직 금융인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실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DHD 치료제인 애더럴과 비반스가 은행원들 사이에서 '업무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주 90시간이 넘는 극단적 노동시간과 치열한 경쟁 속에 많은 은행원이 약물의 도움 없이는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약물 의존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조직문화로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일부 은행에서 신입 직원들에게 ADHD 진단을 권유하거나, 약물 사용이 공공연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마약류 시장의 확대와도 맞물린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2024년 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700만 명이 마약 관련 범죄로 경찰과 접촉했으며, 코카인 생산량은 2757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각성제 남용은 건강상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극심한 체중 감소, 불면증, 우울증은 물론, 더 강한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뉴욕의 정신과 의사 새뮤얼 글레이저는 "이러한 약물이 더 위험한 약물로 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규제완화 정책과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는 월가의 과도한 경쟁을 심화시키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약류 남용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막대하다. 미국의 경우 2019년 기준 마약 남용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74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의료비, 생산성 손실, 형사 사법 비용 등을 포함한다. 약물에 의존한 은행가들의 판단력 저하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금융업계의 근본적 문화 개선과 함께, 마약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 예방 교육, 중독 치료, 법 집행 강화 등 다각도의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건강한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와 효율성만이 아닌, 구성원들의 삶의 질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금융권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