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역사적 난제에 직면했다. 트럼프 시대 감세 정책 연장으로 향후 10년간 4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개혁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각) 악시오스는 공화당 지도부가 이러한 재정적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료보험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공화당은 사회보장제도 삭감과 증세라는 정치적 금기를 피해 의료보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원 에너지 및 상무 위원장으로 임명된 브렛 거스리 의원은 메디케이드의 1인당 할당 방식 변경을 통한 비용 절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개혁법(ACA)을 통한 재정적자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개혁의 방향성을 두고 공화당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직 공화당 직원이자 현재 로비스트인 아담 버컬류는 "새로운 지출 충당과 보수적 성과 추구 사이에서 당의 방향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두고 의회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상원 재정위원장 마이크 크라포는 "모든 것이 논의 대상"이라며 유연한 입장을 보인 반면, 하원 예산위원장 조디 애링턴은 "전혀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플로리다와 텍사스 같은 공화당 강세 주들이 보조금 만료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와 달리 오바마케어의 선별적 수정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질병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험 가입 보장과 26세 미만 자녀의 부모 보험 가입과 같은 인기 있는 조항은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건강보험 거래소에서 더 많은 보험사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오바마케어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저렴한 보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지만, 보험 보장 범위가 제한적인 저가 상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보건복지부의 개편이다. 장관 내정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제약회사와 정부 기관 사이의 잦은 인사 교류인 '회전문' 관행 종식을 선언했다. 또한 국립보건원(NIH) 인력의 대대적 교체를 예고했다. 이는 의학 연구와 백신 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민간 보험사가 운영하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의 개혁도 추진된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메디케어보다 추가 혜택을 제공하지만, 높은 비용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정책 변화는 글로벌 제약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갈등 심화와 '미국 우선' 정책으로 글로벌 제약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의 의료비 지출 구조조정과 WHO 등 국제기구와의 관계 재정립에 따른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의료보험 개혁은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나, 당내 갈등과 정치적 리스크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일부 의료 조치에 초당적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보험 체계 전반의 변화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 의료보험 정책은 시장 중심적 접근을 강화하면서도, 글로벌 보건 질서에 상당한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