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가 2024년 12월 발간한 최신 보고서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도전 과제로 중국의 제조업 부문 무역흑자 급증 현상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이 현상이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제조업 수출은 2019년 대비 15% 증가한 반면, 수입은 6% 감소했다. 이러한 무역흑자 증가는 자동차, 화학·플라스틱, 섬유·신발, 목재·제지·철강, 기계, 전자기기 등 전 산업 부문과 모든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중국의 제조업 무역흑자는 2019년 세계 제조업 무역의 8%에서 2024년 2분기 11%로 급증했으며, EU와의 교역에서도 중국의 비중이 2017년 19.9%에서 2024년 2분기 21.3%로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제조업 수출 증가가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 둔화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2023년 중국의 GDP 성장률은 5.2%로 과거 고성장 시대와 비교해 크게 둔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수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중국 정부의 명확한 정책적 선택의 결과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은 내수 진작보다 제조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최종소비의 GDP 대비 비중은 2019년 55.8%에서 2022년 53.5%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러한 중국의 제조업 중심 성장 전략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글로벌 경제에 도전을 제기한다. 첫째, 과도한 제조업 수출 의존은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낮은 소비 비중은 글로벌 수요-공급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셋째,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은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촉발한다. 실제로 2024년 1~10월 개발도상국의 대중국 무역구제 조치는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가 예상되나, 베트남, 멕시코 등을 경유한 우회 교역으로 실질적 디커플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오히려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에서 강조한 제조업 경쟁력 제고와 기술 자립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중국의 이런 전략 변화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 측면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대출 증가율은 2020년 가을부터 2023년 말까지 30%를 상회하며, 이는 한국 주력 산업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조선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대중 수출 구조의 변화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의 부품·소재 자급화 정책이 강화되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3년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22.1%를 기록했으며, 이는 과거에 비해 상당폭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향후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생산기지 이전이나 공급망 다변화 등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상당한 비용과 리스크를 수반하는 과제다.
이런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핵심 산업 기술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특히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에서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한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수출 시장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신흥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국제사회의 조율된 대응을 제시한다. WTO 체제 내 산업보조금 규제 강화와 IMF의 거시경제 정책 감독 강화, G20을 통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 방안 구체화 등 거시경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스스로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 성장에서 벗어나 내수 소비 중심의 균형 잡힌 성장으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중국 경제의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라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