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의 중심축이 독일과 프랑스 중심의 북부에서 스페인을 필두로 한 남유럽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유로 위클리는 스페인이 2024년 OECD 37개국 중 가장 우수한 경제 성과를 기록하며 유럽의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스페인은 GDP, 주식시장 실적, 인플레이션, 고용, 재정수지 등 5대 경제지표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보였다. IMF는 스페인이 2024년 2.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도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남유럽 경제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남유럽의 부상은 전통 강국들의 부진과 대조된다. 독일(23위)은 제조업 침체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프랑스(26위)는 노동시장 경직성과 재정적자 심화로, 영국(31위)은 브렉시트 여파로 투자 감소와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페인의 경제적 성공은 산업 구조의 혁신적 전환에 기인한다. 과거 관광업 중심이었던 산업구조가 제조업, 수출, 금융, 기술 분야로 다각화되었다. GDP 대비 수출 비중이 2007년 25%에서 2024년 38%로 증가했으며, 유럽 제2위의 자동차 제조국으로서의 위상도 공고히 했다.
관광산업도 새로운 도약을 이루었다. 2024년 85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관광국으로 올라섰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도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PwC와 스페인 개발자 및 건설업자 협회(APCE)의 공동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외국인 부동산 투자는 GDP에 63억5100만 유로를 기여했다. 이는 섬유산업(19억2000만 유로)의 3배, 목재산업(25억1500만 유로)의 2.5배 규모다. 투자 승수효과도 커서, 투자된 1유로당 2.34유로의 GDP 창출 효과가 있었다. 고용 측면에서도 10만5606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32억4900만 유로의 세수 증대 효과도 발생했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선도 주목할 만하다. 실업률이 0.7%포인트 감소하며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의 이민자 유입이 노동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현재 인구의 18%가 외국 출생자로, 이들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다만 스페인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도 존재한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수준이 높고, GDP 성장에 비해 1인당 GDP 성장이 더딘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친환경 에너지 정책 강화도 시급하다.
2025년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은 남유럽 경제에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 주도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으며,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는 관광업과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산업구조 다각화와 EU 내 위상 강화는 이러한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