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海가 러시아와 NATO 간 새로운 긴장의 화약고로 부상하면서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의 침탈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발트海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유럽 균형이 심대한 위협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NATO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러시아 메르쿠리 초계함이 독일 해군 헬리콥터에 조명탄을 발사한 사건은 이러한 긴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NATO 함정에 대한 경고사격, 항공교통 방해, 정찰기 위협 등 군사적 도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의 도발은 군사적 영역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 주요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라인 등 기간시설에 대한 사보타주, 사이버공격, 선거개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선박이 연루된 해저 케이블 절단 사건이 발생해 러시아-중국 간 전략적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발트海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보스포루스 해협 봉쇄로 발트海는 러시아 해군의 핵심 활동무대가 되었으며,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수송로로도 활용되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NATO 가입으로 발트海가 'NATO의 호수'가 되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은 강화되는 양상이다.
NATO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해 정보공유 강화와 주요 기반시설 보호를 위한 전담기구를 설립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전의 특성상 직접적 대응이 제한적이며, 각국은 인프라 보강과 민간기업 보안교육 등 방어적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2025년 트럼프의 취임 이후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트럼프의 NATO 약화 발언은 러시아에게 전략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유럽 안보질서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도 이를 활용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NATO의 약화는 미국의 동맹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러시아-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는 동북아 안보지형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트海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단순한 지역적 긴장을 넘어 글로벌 안보질서의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각국은 이러한 복합적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협력을 통한 위기관리 체제 구축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