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동서양을 잇는 '슈퍼커넥터' 역할을 하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무역을 넘어 혁신 산업 분야로 협력이 확대되면서 양국 간 경제 관계가 한층 긴밀해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HSBC UAE의 모하메드 알 마르주키 CEO는 "중국 기업들이 수소, 암모니아, 탄소 포집, 전기차, 태양에너지, 소비자 기술 등 혁신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UAE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중국 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현재 UAE 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약 50%에 중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 제조기업들은 UAE를 미국, 유럽 등으로 가는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동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UAE도 적극적인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70개국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50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향후 10년간 5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2031년까지 세계 최고의 수소 생산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국 간 교역도 급증하고 있다. 2023년 중국-UAE 간 무역액은 95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24년 상반기에만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에서 중국의 두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다.
금융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은 최근 베이징 금융가 서비스국과 협력 강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18년 9월 구축한 양측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알 마르주키 CEO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측면에서 양방향 투자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긴밀한 관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SBC는 아부다비와 아시아 간 비즈니스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아부다비 투자사무소(ADIO)의 상하이·홍콩 방문을 주선했으며, 2025년에도 여러 차례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HSBC는 UAE에서 20명의 중국어 구사 직원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 및 국제 은행 중 가장 큰 중국 관련 인력을 갖추고 있다.
향후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UAE와 민관 파트너십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투자 위험 공유, 혁신, 지식 이전, 장기 자금 조달 등의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 UAE의 경제 협력 강화는 한국 경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UAE가 동서양을 잇는 '슈퍼커넥터' 역할을 하면서 재생에너지, 전기차, 첨단 기술 등 신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UAE가 재생에너지와 수소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도 UAE와의 협력을 통해 중동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UAE가 구축하고 있는 금융 허브 기능도 활용할 만하다.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과 같은 국제 금융센터를 통해 중동 지역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자금을 유치하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 UAE를 단순한 교역 파트너가 아닌, 신산업 협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UAE의 지정학적 이점과 풍부한 자본을 활용한 새로운 경제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