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가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중국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말레이시아는 자국 기업을 앞세워 중국 기업 견제에 나서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중국의 비야디, 지에이시 아이온 등에 수입세와 사치품 판매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비야디는 13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15만 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지에이시 아이온도 2027년까지 부품 현지화율 80% 달성을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자국 기업 프로톤을 앞세워 중국 기업 견제에 나섰다. 프로톤은 자체 개발한 전기 SUV 'e.Mas7'을 중국 비야디의 'Atto 3'보다 1만 달러 정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두 국가의 상반된 전략은 각자의 산업 구조와 경쟁력을 반영한다. 세계 최대 니켈 보유국인 인도네시아는 원자재 공급망을 바탕으로 한 생산 허브 전략을, 자동차 산업 기반을 갖춘 말레이시아는 자국 기업 육성 전략을 선택했다.
공통점은 두 나라 모두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2024년 상반기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연간 6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 가속화는 미국과 EU의 고율 관세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100%, EU가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를 새로운 수출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현재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의 3.5배에 달해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양국 모두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동남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중국 기업의 공격적 투자와 현지 기업의 도전이 맞물리면서 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재편은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진출과 현지 기업들의 도전이 맞물리며 시장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말레이시아 프로톤이 중국 기업 대비 1만 달러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처럼, 한국 기업들도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사례에서 보듯 배터리 원료 공급망 확보도 중요하다. 세계 최대 니켈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배터리 원료 확보를 위한 협력 강화, 그리고 각국의 정책적 혜택을 활용한 시장 진출 전략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