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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운용사들, 유럽 금융시장 장악...금융 패권의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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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운용사들, 유럽 금융시장 장악...금융 패권의 대이동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금융사들 글로벌 영향력 확대 가속화 전망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주요 은행 지구가 있는 스카이라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주요 은행 지구가 있는 스카이라인. 사진=로이터

블랙록, JP모건 등 미국의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유럽 금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글로벌 금융 산업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각) 심층 분석을 통해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금융 패권의 대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ISS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영국과 유럽에서 미국 운용사들의 운용자산은 2014년 21억 달러에서 2024년 9월 말 45억 달러로 급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경우 올해 3분기 글로벌 순유입액이 2210억 달러를 기록해 유럽 전체 투자펀드 업계의 자금 유입액을 상회했다. 단일 미국 기업의 자금 유치 규모가 유럽 전체 업계를 능가한다는 사실은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미국 운용사들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있다. 대규모 자산을 바탕으로 한 비용 효율화, 블랙록의 '알라딘'과 같은 첨단 자산관리 플랫폼, ETF부터 대체투자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상품 라인업이 그것이다.

유럽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미국 운용사들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BCG 보고서는 2023년 북미 운용자산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반면, 유럽은 8%, 영국은 2% 증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률 추구 현상이 강화되고 브렉시트 이후 영국 금융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럽 금융기관들은 이에 대응해 대규모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AXA의 BNP파리바와의 자산운용 사업 통합,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운용사들과의 격차는 확대되는 추세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금융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가 예상되며, 특히 사모펀드나 암호화폐 등 대체투자 상품의 개인투자자 판매 규제 완화가 검토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다. 운용 수수료 인하와 첨단 플랫폼 활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수 거대 운용사들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은 시스템 리스크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각국 정책당국과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기술 투자 확대와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며, 동시에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 금융시장에 세 가지 시사점이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규모화와 기술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미국 금융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선진 노하우 습득, 그리고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규제 합리화가 그것이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