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양측은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 수호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안보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폴란드 외무부 브와디스와프 테오필 바르토셰프스키 차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EU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다"며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에도 불구하고 국제질서에 대한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2022년 4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설립된 람슈타인 그룹에는 NATO 회원국뿐만 아니라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 등 50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U는 중국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정치적, 경제적 지원에도 주목하고 있다. EU는 2019년 중국을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 체제적 경쟁자'로 규정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중국이 원칙적으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U의 새 고위 외교관 카야 칼라스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EU의 지정학적, 경제적 안보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EU는 특히 에너지 전환, 제약, 농업, 신기술 등 안보 관련 분야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전망이다.
폴란드는 2025년 상반기 EU 순환 의장국으로서 군사, 에너지, 식품, 제약, 사이버 등 안보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현재 GDP의 4.7%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NATO 회원국 중 5번째로 큰 군사비 지출국이자 EU 내 3번째로 큰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EU 회원국들의 국방 정책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국방과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2024년 기준 NATO 회원국 32개국 중 20개국이 GDP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했는데, 이는 3년 전 6개국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된다.
더불어 EU는 호주, 뉴질랜드, 일본, 한국으로 구성된 AP4뿐만 아니라 인도, 필리핀과도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결속을 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성공은 침략이 대가 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이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르토셰프스키 차관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안보협력을 통해 국제적 도전에 맞서는 동안 회복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