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중국 농산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들 국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미·중 무역 긴장을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라고 19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아르헨티나는 곧 중국에 밀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곡물수출산업그룹 CIARA-CEC의 구스타보 이디고라스 회장은 "올해 아르헨티나 밀이 세계에서 가장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살충제 사용을 이유로 아르헨티나산 밀 수입을 금지해왔으나 최근 승인을 허가했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풍작이 예상되는 가운데, 2022년 약 1,400만 톤이었던 밀 수출량이 2023년 가뭄으로 300만 톤까지 감소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는 밀과 함께 현재 미국과 브라질이 주도하고 있는 옥수수 시장 진출도 승인받았다. 경제 재건이 시급한 아르헨티나에 중국과의 무역 확대는 외화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회로 평가된다.
브라질도 중국 농산물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10월 브라질은 중국 옥수수 수입의 50%를 차지하며 최대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3위로 밀려났는데, 이는 무역갈등 이전인 2017년 27%로 2위였던 것과 대조된다.
특히, 브라질은 트럼프 1기 무역갈등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2018년 중국으로의 수출은 대두 등 농산물 대체 공급원으로 부상하며 34% 증가했다.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16년 20%에서 2023년 31%로 크게 늘었다.
1~10월 기준 브라질은 중국 대두 수입의 70%를 차지했으며, 미국은 20%에 그쳤다. 2017년에는 브라질 50%, 미국 30%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브라질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긴장 고조에 대비해 곡물 조달처를 다각화하고 있다"며 "농업 강국이 많은 남미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공언한 만큼,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 관세도 예상한다"며 "이는 남미 국가들에 미국의 시장 점유율을 대체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갈등 속 남미 국가들의 농산물 시장 공략은 한국 농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식량안보 차원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농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곡물 시장의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안정적 식량 확보를 위한 수입선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은 옥수수와 밀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농업 개발 투자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남미 국가들처럼 우리도 해외 곡물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식량 자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농업 기술 혁신을 통한 자급률 제고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스마트팜 등 첨단 농업 기술 개발로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수출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