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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트럼프 '新세계질서' 구축 시도, 자유주의 질서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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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트럼프 '新세계질서' 구축 시도, 자유주의 질서 뒤흔든다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명분으로 나토 약화·유럽 안보 재편 시도
강대국 중심 세력 균형 체제로의 회귀 우려
푸틴과 트럼프,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푸틴과 트럼프,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간 이어져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하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그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존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잠재적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넘어 나토 약화, 유럽 안보체제 재편, 더 나아가 강대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와 푸틴은 각각 다른 동기에서 기존 국제질서 재편을 추구하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명분으로 나토의 동진을 저지하고 구소련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보하려 한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동맹관계를 거래적으로 재구성하고 국제기구의 영향력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가 양측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24시간 내 전쟁 종식을 공언했지만,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영구 차단, 군비 감축, 영토 일부 할양 등을 요구하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최대주의적 요구와 트럼프의 국내정치적 고려를 감안할 때 신속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우려는 두 지도자가 구상하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성격이다. 푸틴은 인권과 법치 같은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고, 강대국이 약소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19세기식 세력 균형 체제를 추구한다. 문제는 실리주의자인 트럼프 역시 이러한 구상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전후 형성된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글로벌 안보와 경제 질서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의 약화는 유럽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러시아·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진영은 러시아와 중국의 이간을 시도하고 있지만, 반서방·반미 정서를 공유하는 두 나라의 연대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 아시아 동맹국들도 미국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 문제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일 수 있다. 미·러 관계 개선이 중국을 자극해 역내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경제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에너지 시장의 재편, 달러 중심 국제금융 체제의 약화, 신흥국 시장의 불안정성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은 연대를 강화하고, 법치주의와 다자협력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에 맞는 실용적이고 유연한 외교안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